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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enter for Development and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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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렬의 과학산책] 엔트로피와 전쟁 (중앙일보, 2026.04.21.)
우주는 끊임없이 무질서를 향해 흐른다. 방 안의 향기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공들여 쌓은 모래성은 파도에 무너진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다. 닫힌 시스템에서 질서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반드시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유지된다.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 물리법칙에 맞선 거대한 저항의 결과다. 자연상태의 무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개인은 윤리로, 국가는 법으로, 국제사회는 규범과 체제로 대응해왔다. 세계인권선언, 핵확산금지조약, 전시 민간인 보호 제네바협약, 최근 유엔의 AI 결의안까지 이 모든 것이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인간 질서의 구조물이다.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53일째다. 우주의 긴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첨단 무기가 쏟아부은 물리력은 생명과 인공물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그간 국제사회가 가까스로 떠받쳐온 '신뢰'라는 고도의 질서까지 허문다. 물리적 실체인 건물의 붕괴와 비물질적 가치인 외교의 와해는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할 뿐, 질서가 무질서로 전락하는 본질은 같다. 더욱이 전쟁 속에서 스러져간 수천 명의 생명과 훼손된 인류의 규범은 한 번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손실이다. 하지만 지구가 닫힌 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태양에너지 덕에 생명은 무질서에 저항하며 조화를 이룬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연대와 외교적 상상력이야말로 무너져가는 세계 질서를 붙드는 유일한 에너지다. 오늘의 세계는 얽힌 실처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멀리서 들리는 포성은 결국 나의 일상을 흔든다. 평화는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이 연결된 세계의 공존을 위한 물리적 필연이다. 증오의 파동을 멈추고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공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것이 무질서를 향한 거대한 흐름에 맞서는 인류 유일의 지성적 저항이다.박경렬 KAIST 교수 기사 원문 바로가
  • 작성일2026.04.21.
[뉴스] 세계은행·아프리카 연합과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해법 모색​ (KAIST 뉴스, 2026.03.06.)
우리 대학은 케냐 정부가 주최하고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KAIST 과학기술과 글로벌발전연구센터(KAIST Global Center for Development and Strategy, G-CODEs)가 공동 주관한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정책 지식교류 플랫폼(Jobs for Youth in Africa Knowledge Exchange)’가 3월 3일부터 5일까지(현지 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급 정책 실행 플랫폼으로, 아프리카 20여 개국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 민간 부문, 학계, 개발협력 파트너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KAIST는 디지털·인공지능(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모델을 제시하며 기술과 정책을 연결하는 글로벌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했다. < 케냐정부 주최 회의모습 > 아프리카는 2050년까지 청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실업률과 비공식 고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행사는 2025년 르완다 키갈리에서 출범한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실천공동체(Jobs for Youth in Africa Community of Practice, CoP)’의 두 번째 대면 회의로, 회원국 간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 가능한 실행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살림 음부리아 (Salim Mvurya) 케냐 청소년·창조경제·스포츠부 장관은 개회식에 참석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국가 및 대륙 차원의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행사는 △ 근거 기반 청년 고용 전략 △ 디지털·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 선행학습 인정(RPL)을 통한 노동시장 성과 개선 △ 기업 환경 개혁 및 가치사슬 연계 강화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KAIST 박경렬 교수는 ‘디지털·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세션에서 한국의 디지털 전환 경험과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와 기술 기반 고용 플랫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KAIST 박가영 교수는 ‘글로벌 카페 세션’을 통해 국가 간 확산 가능한 청년 고용 프로젝트 사례를 연결하고 상호 학습을 촉진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케냐 정부와 세계은행이 추진 중인 ‘국가 청년 역량강화 기회 확대 사업 (National Youth Opportunities Towards Advancement, NYOTA)’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직업훈련, 일자리 매칭, 창업 지원을 통합한 청년 고용 모델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정책 설계와 실행 과정을 공유하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운영됐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한–세계은행 협력기금을 통해 동아프리카 청년 고용을 위한 디지털 혁신 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기술 기반 정책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협력 허브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박경렬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는 디지털 전환, 산업 전략, 교육 개혁이 결합된 구조적 과제”라며 “KAIST는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식 교환 플랫폼(Knowledge Exchange)은 아프리카 청년 고용 의제를 국제 협력의 핵심 아젠다로 재확인하고, 정책 실행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한 자리로 평가된다. 내년 초에는 KAIST를 모델로 한 나이로비 콘자시 소재 케냐과학기술원 캠퍼스에서 후속 워크숍이 개최될 예정이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3.06.
[오피니언] 바보야, 문제는 연구비야 (교수신문, 2026.03.03.)
2016년 동아사이언스에서 노벨상 수상자 104명을 전수 분석한 결론은 연구비보다 중요한 것이 연구의 자율성이라는 것이었다. 104명 중 노벨상에 이른 핵심 업적의 연구비를 외부에서 받은 수상자는 88명인데 그 중 56% 정도가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제안하는 그랜트(Grant) 형태로 받았고, 지정된 주제나 목적으로 수행하는 컨트랙트(Contract) 형태의 연구비는 7%에 불과했다. (그랜트와 컨트랙트 다 해당되는 경우는 13% 정도다.) 연구 자율성 부족은 연구개발 제도 개선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문제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연구 자율성이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가뭄에 콩나는 연구로 그나마 2016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공공 부문의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에 대해 개념적 분석과 실증 연구를 시도했는데, 전국 500명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자유도에 관한 10개 항목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중요성이 가장 높은 항목은‘본인이 원하는 연구주제를 연구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4.6점)로 나타났다. 연구 자유도의 현재 수준이 가장 낮은 것은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3.0점)였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문제는 중요도에 비해 현재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인데, 현재 수준을 중요도로 나누면 기대치(중요도)와 현실(현재 수준)의 갭(%)을 알 수 있다. 이 갭이 가장 큰 것은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중요도 대비 현재 수준(74.8%), 그 다음이 ‘연구비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유’(75.8%)였다. 그런데 더욱 의미심장한 결과가 있다. 연구비 수혜 규모(1억 원 미만, 1억~5억 원 미만, 5억 원 이상)에 따른 인식 차이인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자유’, ‘연구수행 중 기관 외부로부터 연구에 관해 간섭받지 않을 자유’,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연구결과를 출판 또는 공개할 수 있는 자유’, ‘연구수행 방법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등 개별 항목에 관한 인식 정도가 세 그룹별로 크고 작은 편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중요도와 현재 수준의 갭에 관해서는 세 그룹에서 동일하게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와 ‘연구비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1·2위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비 항목의 유연성이 연구 주제나 방법,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등 고매한 측면보다 더 높은 갭을 보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성과창출 압박 역시 연구비를 받았으니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것이라 결국 연구비 문제다. 결국 노벨상 노메달의 분석 고리를 따라가면 학문의 자유라는 숭고한 이상보다는 연구비 사용의 자유라는 다소 물질적인 요구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연구비가 업무추진비도 아닌데 막 쓸 수는 없다. 종종 부정을 저지르는 5%의 연구자들 때문에 나머지 선의의 연구자들이 경직된 규정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 정말 5% 정도면, 오래전 고속철에서 무임승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개찰구를 없애 인건비, 개찰구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한 것처럼, 내버려둬도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5%밖에 안될까? 아무튼 설문 결과는 ‘바보야, 문제는 연구비야’라고 한다.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기사 원문 바로가기
  • 작성일2026.03.03.
[박경렬의 과학산책] 공명 (중앙일보, 2026.02.24.)
화학공학자의 길을 직접 걷지는 않았지만, 유기화학 시간에서 얻은 깨달음은 여전히 삶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그것은 자연 현상과 사회 현상의 절묘한 유사성이다.19세기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는 꿈속에서 자신의 꼬리를 문 뱀의 형상을 보고 벤젠의 육각형 구조를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여섯 개의 탄소가 결합한 벤젠의 고리는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경쟁하지 않는 독특한 질서를 가진다. ‘다름이 함께’하며 훨씬 견고한 구조를 만드는 화학적 현상, 이를 ‘공명’이라 부른다.                                                                                                                 벤젠 화학식 공명이 주는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안정성이다. 전자들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고리 전체를 자유롭게 흐르기에 에너지는 낮아지고 구조는 안정화된다. 둘째는 다양성이다. 안정한 고리를 바탕으로 그래핀·아스피린 등 수많은 화합물을 탄생시킨 출발점이 되었다. 견고한 질서가 오히려 무한한 변주의 토대가 된 셈이다.우리 사회 역시 이 원리를 닮았다. 공명은 단순히 상태를 오가는 탈바꿈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능성’의 미학이다. 서로 다른 삶의 양식들이 각자의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경계를 허물어 함께 연결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각과 힘이 특정 위치에 고착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흐를 때, 그 사회는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않는 견고한 회복력을 지니게 된다.병오년(丙午年)을 맞으며 우리에겐 대결하는 세계와 파편화된 개인을 다시 잇는 과학적 상상력이 절실하다. 공명이라는 자연의 섭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연대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다름을 오류로 취급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억겁의 시간을 버텨온 벤젠의 육각형 고리처럼, 단단한 ‘공명(共鳴)’으로 급변하는 사회적 진통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각자 홀로 서되 함께 흐름으로써 비로소 안정한 상태에 도달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박경렬 KAIST 교수 기사 원문 바로가
  • 작성일2026.02.24.
[뉴스] KAIST-NYU, AI·디지털 거버넌스 해법 모색 (헤럴드경제, 2026.02.09.)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KAIST는 뉴욕대학교(NYU)와 공동 주최한 ‘KAIST-NYU AI 및 디지털 거버넌스 서밋(KAIST-NYU AI and Digital Governance Summit)’이 6~7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 혁신과 안전·윤리적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실질적인 AI 거버넌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비공개 합의 회의와 공개 토론을 결합한 방식으로 기획됐다. 서밋에는 데이비드 차머스 NYU 교수, 비키 내쉬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소장, 빈센트 코니쳐 카네기멜론대 교수, 이아손 가브리엘 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 등 학계·산업계·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리더 60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 포럼을 넘어 실행 가능한 AI 거버넌스 틀을 도출하기 위한 ‘실험적 합의 모델’로 주목받았다. KAIST 과학기술과 글로벌발전 연구센터(G-CODEs)와 NYU 생명윤리 연구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거버넌스 필수 요건 ▷제도적 아키텍처 ▷이행 경로 등 3개 워킹그룹을 구성해 사전 논의를 진행했으며, 뉴욕 현장에서는 합의 회의 방식의 집중 토론과 투표를 통해 실천 지향적 권고안을 도출했다. ‘거버넌스 필수 요건’ 분과에서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강화된 감독과 모니터링 필요성이 논의됐고, ‘제도적 아키텍처’ 분과에서는 FDA·IRB·FAA 등 기존 고위험 기술 감독 모델을 참고한 AI 감독기구 설계 원칙이 검토됐다. ‘이행 경로’ 분과에서는 국제 규제 공백기에도 적용 가능한 단기적 거버넌스 수단과 기업 책임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세바스티앙 크리어 구글 딥마인드 AI 정책 리드가 발언하고 있다.[KAIST 제공] 이번 서밋에는 메타, 구글 딥마인드, IBM, 아마존, 앤쓰로픽, 틱톡, 허깅페이스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KAIST에서는 김소영 국제협력처장, 박경렬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G-CODEs 센터장) 등 연구진이 한국의 AI 거버넌스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박경렬 KAIST 교수는 “이번 서밋은 AI 거버넌스를 기술 규제를 넘어 국제 협력과 제도 설계의 문제로 확장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며 “KAIST와 NYU의 협력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책임 있는 AI 혁신을 위해 거버넌스 논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KAIST는 국제 파트너십을 통해 AI 거버넌스 분야의 학제 간 연구와 정책 논의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2.09.
[뉴스] 박경렬 KAIST 교수 "AI, 기술이 전부 아니야…신뢰·윤리도 경쟁력" (한경 오피니언, 2026.02.01.)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질수록 협력을 통해 높은 기술력과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1일 “한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캐나다, 인도 등 브리지파워 국가들이 뭉쳐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신뢰에 기반한 AI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 전 세계 석학 29명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 집필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보고서는 AI 컴퓨팅 역량과 인프라 투자가 미·중에 집중되면서 그 외 국가는 최첨단 AI를 단독으로 개발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종속과 열세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지 국가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역량을 모으고, 데이터까지 공동으로 운용하며 비용을 나누고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제안이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이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누적돼왔다”며 “참여 연구진도 초기 10여 명에서 30명 가까이로 늘었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 주장과 비슷한 논의가 최근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도 오간다”고 전했다.연구진은 신뢰에 기반한 연대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술적 우위만이 전부가 아니다”며 “윤리·신뢰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크고, 이것 또한 결국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지파워’라는 표현을 택한 것도, 중견국들이 신뢰 가능한 기술과 규범을 만들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다리’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여기에는 박 교수의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재학 시절 국제관계에 관심을 두고 외교학을 복수전공했다. 졸업 후 KOICA 해외봉사단으로 탄자니아에서 컴퓨터를 가르쳤다. 이때 개발도상국의 정보기술(IT) 잠재력을 체감했다고 한다. 이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영국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 이노베이션랩에서 IT 기술과 개발도상국 사회혁신을 연구했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2.01.
[최영총의 총명한 테크날리지] "혼자로는 못 버틴다"…'AI 3강' 달성할 해법 찾았다 (한국경제, 2026.01.20.)
자연계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 힉스 입자를 찾아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에어버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성과를 낸 거대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단일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인프라·인재를 여러 나라가 분담하고, 표준과 거버넌스 체계까지 함께 설계하며 ‘프런티어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인류의 생산성과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인공지능(AI)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만의 전쟁터로 굳어지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규모·컴퓨팅 자원·생태계 지배력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면서 ‘산발적 노력’만으로는 격차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등 전 세계 29명의 석학은 한목소리로 ‘AI 브릿지 파워’ 간 협력을 통해 미·중 양강 구도에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중의 놀이터 된 AI…오픈소스도 비싸다 캐나다 AI 연구기관 밀라(Mila), 옥스퍼드대 등 세계적 연구진이 지난달 공동 발간한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 보고서가 던진 문제의식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다. AI 경쟁력이 컴퓨트·데이터·인재·모델 소유권이 한 덩어리로 뭉치면서, 미·중과 그 외 국가들 사이가 ‘차이’가 아니라 ‘단절’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다. 지난해 10월 기준 글로벌 AI 컴퓨팅 역량(엔비디아 H100 환산)을 비교한 표에 따르면 미국은 약 107만 장, 중국은 약 23만 장 수준의 연산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보고서 캡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컴퓨팅 역량은 미국에 약 75%, 중국에 15%, EU에 5% 수준으로 집중돼 있다. 투자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25년 미국 기업의 AI 인프라 지출이 3000억달러 이상, 중국은 1000억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구조 속에서 세계가 마주한 선택지는 두 갈래로 굳어지고 있다. 하나는 미국 또는 중국의 AI 모델을 채택해 핵심 기능을 외부에 맡기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 노출 위험까지 떠안는 ‘종속’이다. 다른 하나는 종속을 우려해 도입을 늦추다가 산업 생산성, 사이버 안보 등 핵심 지표에서 뒤처지는 ‘열세’다. 실제 중국은 일대일로의 ‘디지털 실크로드’와 연동해 비서방권에 자국 AI 모델을 공격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의 국가별 점유율은 벨라루스 56%, 쿠바 49%로 나타났으며, 에티오피아·짐바브웨·우간다·니제르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11~14%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서명한 'AI 액션 플랜'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AFP 그간 한국을 포함한 많은 신흥국의 전략이었던 ‘패스트 팔로잉(빠른 추격)’도 AI판에서는 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초기에 더 싸 보이지만 비용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프런티어 국가는 AI 발전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가져가 추가 개발 재원을 마련하지만, 추격자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나아가 선도 AI가 최고 전문가의 R&D 역량을 보강·모사·초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패스트팔로잉 전략 자체가 무의미 해진다. "혼자로는 못 버틴다…컴퓨팅 자원·데이터 공동화" 29명의 석학은 ‘AI 브릿지 파워’ 간 기술적·거버넌스적 연대를 주문했다. 이는 단순히 ‘미·중을 따라잡기 위한 동맹’이라기보다, 미·중 양극 구도 속에서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에 가깝다. 다만 보고서는 브릿지 파워 국가를 특정하진 않았다. 박 교수는 유럽과 한국, 영국, 캐나다 등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가장 크게 기대해볼 수 있는 효과는 ‘비용 절감’이다. AI 사용(추론) 비용은 각국 인구와 수요에 따라 분산되지만, AI 학습과 개발 비용은 한 나라의 사용자 수와 무관하게 막대한 고정비로 발생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여러 브릿지 파워국이 모델 학습에 필요한 높고 고정적인 비용을 나눠 부담하면, 단일 국가가 독자적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러 조사 기관에 따르면 첨단 AI 인프라 및 학습 비용은 모델 당 지난해 약 30억달러 수준에서 2028년 206억달러까지 급증한다. 유럽 내 설치될 AI 팩토리 지도. EU는 지난해 약 40조원을 들여 AI 기가 팩토리를 최대 5개 짓겠다고 발표했다./EU 유럽은 이미 공공 컴퓨팅을 축으로 협력에 나서며 인재·자원·비용 절감 등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 EU는 ‘유럽 AI 대륙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300조원 규모의 민간·공공 자본 동원 계획을 내놨고, 여기에 AI 기가팩토리 구상 등이 포함됐다. 각 시설에 약 10만 개의 최첨단 AI 칩을 탑재하는 ‘기가팩토리’와 독일의 ‘주피터’, 프랑스의 ‘알리스 레코크’ 같은 공공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역량을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연구진은 여기에 다른 브릿지 파워들이 가진 자원까지 결합되면 선택지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딥시크와 미스트랄은 아키텍처 혁신과 전략적 집중을 통해 다른 최첨단 모델 대비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냈다”며 “미·중 수준의 지출을 하지 않고도 프런티어에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조사기관 카슨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GW) 비중은 미국 44%, 중국 16%였고, 유럽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는 31%로 집계됐다. 데이터까지 공동으로 확보하고, 각자 가진 컴퓨트·인재·데이터 자산을 다국적 파트너십으로 조정·결합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혁신 일로를 걷는 미·중이 챙기지 못하는 윤리·신뢰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지정학적 함의를 강하게 띠는 ‘미들파워’ 대신 ‘브릿지 파워’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를 반영한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중이 압도적인 건 맞으나 AI 모델 만으로 기술이 진화하지 않는다”며 “신뢰성이 전제돼야만 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나라 간 ‘연결’이라는 의미를 담아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합의는 깨지고, 경쟁은 가속...협력은 가능한가? 문제는 ‘AI 국제 협력’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 정상선언문에 미국과 영국이 서명을 거부하며 AI 규제와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차의 한계가 드러났다. UN은 회원국 간 입장 차이와 예산 부족으로 포괄적 협력의 장을 유지하기 어렵고, G7 역시 AI 거버넌스 합의보다 경제적 혜택을 강조하는 선언으로 갈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AI는 민간 기업의 기술·자본·데이터가 결정적 변수인 영역이라, 국가 간 합의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특히 유럽식 규제를 둘러싼 시각차는 ‘협력의 실행력’과 직결되는 변수로 지목된다. 유럽 내부에서도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거나 기업에 과도한 규범 준수 비용을 떠넘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가 빠른 의사결정과 자원 배치가 가능한 거버넌스를 주문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CERN, 에어버스, ITER 같은 다자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거대 기술은 한 국가의 단독 질주가 아니라, 위험과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함께 만들며 발전해 왔다는 측면에서다. 박 교수는 애치슨-릴리엔탈(Acheson–Lilienthal Report) 보고서를 예로 들었다. 2차 세계대전 후 핵무기의 강력한 통제와 평화적 활용 가능성을 오펜하이머 등이 제시한 보고서로, 당장 완성된 해법을 내지 못했더라도 이후 거대 과학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지적 자산으로 축적됐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지금 제안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며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도 연대 속에서 리더쉽을 발휘해야 3대 강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1.20.
[뉴스] AI 패권 경쟁 살아남으려면...“미중 빼고 기술강국 다 뭉쳐야” (매일경제, 2026.01.19.)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거세지면서 다른 선진국들은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판이 됐다. 한국과 유럽, 캐나다 등이 국가 간 연대를 이뤄 기술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KAIST와 캐나다 밀라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뮌헨공대 등은 최근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 보고서를 공동 발간했다. 주요국 AI 전문가들이 모여 미·중 중심의 AI 패권 구도를 넘어서는 국제협력 전략을 고심한 결과다. AI의 대부라고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현재 AI 시장을 주도하는 건 명백하게 미국과 중국이다. 전 세계 AI 컴퓨터 역량의 약 90%가 미국(75%)와 중국(15%)에 집중돼 있다. 상위권 성능을 갖춘 AI 모델도 미국이나 중국발이다.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오픈AI, 구글, 메타 혹은 중국의 알리바바가 개발한 모델들이 상위권에 포진한다. 이에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한국, 캐나다, 영국, 독일, 싱가포르처럼 세계적 수준의 연구력과 기술력, 디지털 기반을 갖추면서도 단독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힘든 차상위 기술 강국들을 ‘AI 브리지 파워 국가’라고 지칭하며 이들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협력 모델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같은 다국적 공동 연구 체계다. 컴퓨팅 인프라 공유, 고품질 데이터 협력, 국가 간 인재·연구 교류를 핵심 축으로 한다. AI 브리지 파워 국가들이 함께 프론티어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윤리적 AI 사용과 다양성이 반영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윤리적이고 민주적 가치가 반영된 AI 모델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참여국이 협력해 미중에 종속되지 않는 기술 자생력과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취지다. AI 자생력이 있어야 국가 주권과 민주적 가치, 경제 경쟁력, 국가 안보 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최첨단 AI 역량이 소수 국가에 편중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AI 브리지 파워가 과학기술 연대를 통해 대안적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글로벌 도전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의제를 선도함으로써 책임 있는 AI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홀거 후스 독일 아헨공대 교수는 이번 구상에 대해 “AI 브리지 국가들의 기술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AI 구상과도 맞닿아있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주권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AI 액션플랜’을 발표하면서 AI 국제협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 KAIST # 기술강국 # 인공지능 # 국제협력 # 전문가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1.19.
[뉴스] "美中 AI 패권 넘어서려면 한국·캐나다·영국 등 다국적 협력 필수" (동아사이언스, 2026.01.18.)
국내외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패권 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국제협력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캐나다·영국·싱가포르 등의 국가가 연대해 AI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KAIST는 박경렬 과학기술과 글로벌발전연구센터(G-CODEs) 교수팀이 캐나다 밀라연구소(Mila),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아헨공대(RWTH Aachen), 뮌헨공대(TUM),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ENS-PSL) 등과 함께 AI 국제협력 전략을 제시한 정책 보고서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을 공동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AI 컴퓨팅 역량의 약 90%가 미국(75%)과 중국(15%)에 집중됐다. 자원 편중이 '브리지(bridge) 파워'가 있는 나라의 독자적인 첨단 AI 개발을 제약하고 특정 국가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AI 브리지 파워 국가는 미국·중국과 같은 초대형 AI 패권국은 아니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 영향력과 기술력, 디지털 기반을 갖추고 있는 국가를 말한다. 단독으로 초대형 AI 및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한국, 캐나다,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인 브리지 파워 국가로 제시됐다. 한국은 정부의 강한 의지와 우수한 정보통신 인프라,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형 AI 인프라나 인재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협력 모델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같은 다국적 공동연구체계로 컴퓨팅 인프라 공유, 고품질 데이터 협력, 국가 간 인재·연구 교류가 핵심 축이다. 프론티어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윤리적 AI 사용과 언어·문화적 다양성이 반영된 포용적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참여국의 장기적 기술 자생력과 혁신 역량 강화도 제안됐다. 홍거 후스 아헨공대 교수는 이번 협력 모델 구상에 대해 "AI 브리지 국가들의 기술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최첨단 AI 역량이 소수 국가에 편중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AI 브리지 파워가 과학기술 연대를 통해 대안적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라며 "한국이 글로벌 도전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의제를 선도해 AI 리더십을 강화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5281/zenodo.18237550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 보고서 표지. KAIST 제공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작성일2026.01.18.
[뉴스] "글로벌 ODA 혹한기, 파트너십으로 이겨내야" (중앙일보, 2025.12.31.)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 성료11일 연세대서 30여개 세션, 500여명 참여 2026년 국내외 공적개발원조(ODA) 전망을 진단하는 자리가 지난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렸다. 미국발 해외 원조 축소 움직임과 글로벌 주요국들의 갈등 국면에도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사회를 위해 ODA는 꼭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제개발협력학회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공동주최한 '2025 동계학술대회'에는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과 방연상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장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해 김진남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장, 이윤영 코이카 이사, 엄성용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하일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등 정부·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곽재성 회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과 ODA 축소 국면에서 효과, 성과 중심 모델로 전환할해야할 때”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개발협력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연상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장도 “지정학을 비롯한 경제, 사회,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혁신,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제개발협력학회가 학계와 현장 실무자를 잇는 플랫폼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술 이전을 넘어 '기술 생태계'로 이날 동계학술대회는 30여개 세션이 진행됐다. 국제개발협력의 세부 분야인 교육·보건·농업·젠더·디지털전환·문화유산·인도적지원·식량안보부터 성과관리와 시민사회협력 등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기술과 금융을 통한 국제개발 혁신 방향이 다수 논의됐다. ‘디지털 전환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 전환’을 주제로 한 세션에는 좌장을 맡은 박가영 카이스트 글로벌발전연구센터 교수를 포함해 리우 징 토호쿠대 교수, 조너던 왕 UN ESCAP 기술과혁신센터장 등 글로벌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너던 왕 센터장은 “공공 부문 중심의 전통적 협력 방식에서 민간 참여가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돼야 한다”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까지 가능하도록 열어 혁신 금융과 민간 자본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리우 징 토호쿠대 교수 역시 “개발협력의 혁신과 국제화가 꼭 필요하다”면서 “대학 등 학계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지식의 공동 창출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술과 금융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들 기술과 정책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수원국 현지 사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농업과 식량안보 분야에서 이러한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농업과 식량안보 세션에 발표자로 참여한 탕 리샤 중국농업대 교수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농업협력 사례를 들어 “소농 중심 농업 구조를 가졌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장 조건이 달라 현지 맥락을 고려하는 개발협력을 진행했다”면서 이러한 접근법이 개발협력 성과 제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분야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인 이효정 E&S 컨설팅 대표 역시 “기술 자체보다 해당 기술이 제대로 현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건설이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른다”면서 “제도적 기반을 비롯해 과학자와 연구자간의 협력구조, 현지의 시장과 경제 구조, 인적자본 구축 등 사회, 경제적 맥락을 살펴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 정부·공공기관·시민사회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무너진 '일자리 사다리' 해결해야 국제개발협력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일자리 문제도 이날 현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학력 인플레’와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분야로 손꼽혀왔다. 자원봉사나 인턴 등으로 수 년간 거의 무급으로 일 경험을 쌓아야 계약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일부 공공 일자리를 제외하고선 계약직을 전전하거나 정규직이 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석박사는 발에 채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학력자가 몰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금융 조달과 성과 관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기획재정부, 한국수출입은행, 국제개발협력학회가 공동 주관한 ‘개발협력 환경 변화와 개발금융’ 세션에서는 한국형 개발금융 마련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해당 세션 기조발제를 맡은 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ODA 중심의 개발협력 시스템을 민간자본과의 강한 협력을 통한 임팩트 중심 개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민간의 직접투자나 혼합금융 등 다양한 개발금융 수단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유연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조달 등 재원 확대와 함께 성과관리 방향도 논의됐다.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이 주관한 ‘한국 ODA 통합적 성과관리 방향’에서는 성과관리 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별 프로젝트 성과관리 체제를 넘어서 국가 전략 수준 등 큰 틀에서의 개발협력 성과 관리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국민에게 ODA 성과를 보여줄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큰 공감대를 얻었다. 이 교수는 “국민 전체는 물론 대통령에게 ODA가 우리 나라와 글로벌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예산과 제도를 늘이려고 하는 것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론으로 참여한 서정화 한국수출입은행 부장, 노진원 연세대학교 교수 등도 “분절화된 집행 및 성과관리 구조를 통합적인 성과 관리 구조로 바꾸어 아웃풋(결과)가 아닌 아웃컴(성과) 방식의 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화두도 ‘과학기술 협력’ KAIST 과학기술과글로벌발전연구센터(G-CODEs)가 주최한 세션에서는 과학기술과 AI가 바꿀 국제개발협력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오갔다. 김재균 아시아개발은행 전문관은 “분쟁지역 등 국제개발협력에서도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과학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신지호 세계은행그룹 전문관도 “세계은행도 디지털,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문관은 AI를 활용해 수확량을 예측한 케냐 농업 프로젝트, 블록체인 기반 전자 바우처 사업을 진행한 마다가스카르 사례 등을 통해 에너지, 농업, 보건, 제조,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 모인 전문가들은 “적재적소에 최신 기술과 수원국 현장에 맞는 적정한 기술을 현명하게 판단해 도입해야 한다”면서 “프로젝트 기반의 도입과 함께 수원국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고 발전의 발판을 만들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과글로벌발전연구센터장은 “과학기술이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까지 ‘협력’을 강조했다. UN ESCAP과 국제개발협력학회는 함께 폐회 세션을 진행하며 향후 적극적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폐회사에 나선 리카르도 메시아노 UN ESCAP 부소장은 “개발협력의 진화를 위해서는 동북아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도 메시아노 부소장의 말에 동의하며 “동북아는 향후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차세대 리더 지역”이라며 “국제개발협력학회는 학계를 넘어 대한민국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의 비전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혁신과 파트너십이 일어나는 마중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바로가기
  • 작성일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