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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바보야, 문제는 연구비야 (교수신문,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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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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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동아사이언스에서 노벨상 수상자 104명을 전수 분석한 결론은 연구비보다 중요한 것이 연구의 자율성이라는 것이었다. 104명 중 노벨상에 이른 핵심 업적의 연구비를 외부에서 받은 수상자는 88명인데 그 중 56% 정도가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제안하는 그랜트(Grant) 형태로 받았고, 지정된 주제나 목적으로 수행하는 컨트랙트(Contract) 형태의 연구비는 7%에 불과했다. (그랜트와 컨트랙트 다 해당되는 경우는 13% 정도다.)
연구 자율성 부족은 연구개발 제도 개선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문제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연구 자율성이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가뭄에 콩나는 연구로 그나마 2016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공공 부문의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에 대해 개념적 분석과 실증 연구를 시도했는데, 전국 500명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자유도에 관한 10개 항목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중요성이 가장 높은 항목은‘본인이 원하는 연구주제를 연구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4.6점)로 나타났다. 연구 자유도의 현재 수준이 가장 낮은 것은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3.0점)였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문제는 중요도에 비해 현재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인데, 현재 수준을 중요도로 나누면 기대치(중요도)와 현실(현재 수준)의 갭(%)을 알 수 있다. 이 갭이 가장 큰 것은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중요도 대비 현재 수준(74.8%), 그 다음이 ‘연구비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유’(75.8%)였다.
그런데 더욱 의미심장한 결과가 있다. 연구비 수혜 규모(1억 원 미만, 1억~5억 원 미만, 5억 원 이상)에 따른 인식 차이인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자유’, ‘연구수행 중 기관 외부로부터 연구에 관해 간섭받지 않을 자유’,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연구결과를 출판 또는 공개할 수 있는 자유’, ‘연구수행 방법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등 개별 항목에 관한 인식 정도가 세 그룹별로 크고 작은 편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중요도와 현재 수준의 갭에 관해서는 세 그룹에서 동일하게 ‘성과창출의 압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와 ‘연구비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1·2위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비 항목의 유연성이 연구 주제나 방법,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등 고매한 측면보다 더 높은 갭을 보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성과창출 압박 역시 연구비를 받았으니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것이라 결국 연구비 문제다.
결국 노벨상 노메달의 분석 고리를 따라가면 학문의 자유라는 숭고한 이상보다는 연구비 사용의 자유라는 다소 물질적인 요구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연구비가 업무추진비도 아닌데 막 쓸 수는 없다. 종종 부정을 저지르는 5%의 연구자들 때문에 나머지 선의의 연구자들이 경직된 규정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
정말 5% 정도면, 오래전 고속철에서 무임승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개찰구를 없애 인건비, 개찰구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한 것처럼, 내버려둬도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5%밖에 안될까? 아무튼 설문 결과는 ‘바보야, 문제는 연구비야’라고 한다.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