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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글로벌 ODA 혹한기, 파트너십으로 이겨내야" (중앙일보, 2025.12.31.)
  • 관리자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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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 성료
11일 연세대서 30여개 세션, 500여명 참여

2026년 국내외 공적개발원조(ODA) 전망을 진단하는 자리가 지난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렸다. 미국발 해외 원조 축소 움직임과 글로벌 주요국들의 갈등 국면에도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사회를 위해 ODA는 꼭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제개발협력학회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공동주최한 '2025 동계학술대회'에는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과 방연상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장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해 김진남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장, 이윤영 코이카 이사, 엄성용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하일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등 정부·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곽재성 회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과 ODA 축소 국면에서 효과, 성과 중심 모델로 전환할해야할 때”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개발협력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연상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장도 “지정학을 비롯한 경제, 사회,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혁신,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제개발협력학회가 학계와 현장 실무자를 잇는 플랫폼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술 이전을 넘어 '기술 생태계'로

이날 동계학술대회는 30여개 세션이 진행됐다. 국제개발협력의 세부 분야인 교육·보건·농업·젠더·디지털전환·문화유산·인도적지원·식량안보부터 성과관리와 시민사회협력 등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기술과 금융을 통한 국제개발 혁신 방향이 다수 논의됐다. ‘디지털 전환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 전환’을 주제로 한 세션에는 좌장을 맡은 박가영 카이스트 글로벌발전연구센터 교수를 포함해 리우 징 토호쿠대 교수, 조너던 왕 UN ESCAP 기술과혁신센터장 등 글로벌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너던 왕 센터장은 “공공 부문 중심의 전통적 협력 방식에서 민간 참여가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돼야 한다”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까지 가능하도록 열어 혁신 금융과 민간 자본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리우 징 토호쿠대 교수 역시 “개발협력의 혁신과 국제화가 꼭 필요하다”면서 “대학 등 학계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지식의 공동 창출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술과 금융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들 기술과 정책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수원국 현지 사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농업과 식량안보 분야에서 이러한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농업과 식량안보 세션에 발표자로 참여한 탕 리샤 중국농업대 교수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농업협력 사례를 들어 “소농 중심 농업 구조를 가졌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장 조건이 달라 현지 맥락을 고려하는 개발협력을 진행했다”면서 이러한 접근법이 개발협력 성과 제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분야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인 이효정 E&S 컨설팅 대표 역시 “기술 자체보다 해당 기술이 제대로 현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건설이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른다”면서 “제도적 기반을 비롯해 과학자와 연구자간의 협력구조, 현지의 시장과 경제 구조, 인적자본 구축 등 사회, 경제적 맥락을 살펴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 정부·공공기관·시민사회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이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에 정부·공공기관·시민사회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국제개발협력학회] 

무너진 '일자리 사다리' 해결해야

국제개발협력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일자리 문제도 이날 현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학력 인플레’와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분야로 손꼽혀왔다. 자원봉사나 인턴 등으로 수 년간 거의 무급으로 일 경험을 쌓아야 계약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일부 공공 일자리를 제외하고선 계약직을 전전하거나 정규직이 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석박사는 발에 채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학력자가 몰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금융 조달과 성과 관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기획재정부, 한국수출입은행, 국제개발협력학회가 공동 주관한 ‘개발협력 환경 변화와 개발금융’ 세션에서는 한국형 개발금융 마련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해당 세션 기조발제를 맡은 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ODA 중심의 개발협력 시스템을 민간자본과의 강한 협력을 통한 임팩트 중심 개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민간의 직접투자나 혼합금융 등 다양한 개발금융 수단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유연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조달 등 재원 확대와 함께 성과관리 방향도 논의됐다.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이 주관한 ‘한국 ODA 통합적 성과관리 방향’에서는 성과관리 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별 프로젝트 성과관리 체제를 넘어서 국가 전략 수준 등 큰 틀에서의 개발협력 성과 관리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국민에게 ODA 성과를 보여줄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큰 공감대를 얻었다.

이 교수는 “국민 전체는 물론 대통령에게 ODA가 우리 나라와 글로벌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예산과 제도를 늘이려고 하는 것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론으로 참여한 서정화 한국수출입은행 부장, 노진원 연세대학교 교수 등도 “분절화된 집행 및 성과관리 구조를 통합적인 성과 관리 구조로 바꾸어 아웃풋(결과)가 아닌 아웃컴(성과) 방식의 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화두도 ‘과학기술 협력’

KAIST 과학기술과글로벌발전연구센터(G-CODEs)가 주최한 세션에서는 과학기술과 AI가 바꿀 국제개발협력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오갔다. 김재균 아시아개발은행 전문관은 “분쟁지역 등 국제개발협력에서도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과학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신지호 세계은행그룹 전문관도 “세계은행도 디지털,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문관은 AI를 활용해 수확량을 예측한 케냐 농업 프로젝트, 블록체인 기반 전자 바우처 사업을 진행한 마다가스카르 사례 등을 통해 에너지, 농업, 보건, 제조,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 모인 전문가들은 “적재적소에 최신 기술과 수원국 현장에 맞는 적정한 기술을 현명하게 판단해 도입해야 한다”면서 “프로젝트 기반의 도입과 함께 수원국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고 발전의 발판을 만들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과글로벌발전연구센터장은 “과학기술이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까지 ‘협력’을 강조했다. UN ESCAP과 국제개발협력학회는 함께 폐회 세션을 진행하며 향후 적극적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폐회사에 나선 리카르도 메시아노 UN ESCAP 부소장은 “개발협력의 진화를 위해서는 동북아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도 메시아노 부소장의 말에 동의하며 “동북아는 향후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차세대 리더 지역”이라며 “국제개발협력학회는 학계를 넘어 대한민국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의 비전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혁신과 파트너십이 일어나는 마중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