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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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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끊임없이 무질서를 향해 흐른다. 방 안의 향기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공들여 쌓은 모래성은 파도에 무너진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다. 닫힌 시스템에서 질서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반드시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유지된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 물리법칙에 맞선 거대한 저항의 결과다. 자연상태의 무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개인은 윤리로, 국가는 법으로, 국제사회는 규범과 체제로 대응해왔다. 세계인권선언, 핵확산금지조약, 전시 민간인 보호 제네바협약, 최근 유엔의 AI 결의안까지 이 모든 것이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인간 질서의 구조물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53일째다. 우주의 긴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첨단 무기가 쏟아부은 물리력은 생명과 인공물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그간 국제사회가 가까스로 떠받쳐온 '신뢰'라는 고도의 질서까지 허문다. 물리적 실체인 건물의 붕괴와 비물질적 가치인 외교의 와해는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할 뿐, 질서가 무질서로 전락하는 본질은 같다. 더욱이 전쟁 속에서 스러져간 수천 명의 생명과 훼손된 인류의 규범은 한 번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손실이다.

하지만 지구가 닫힌 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태양에너지 덕에 생명은 무질서에 저항하며 조화를 이룬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연대와 외교적 상상력이야말로 무너져가는 세계 질서를 붙드는 유일한 에너지다. 오늘의 세계는 얽힌 실처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멀리서 들리는 포성은 결국 나의 일상을 흔든다. 평화는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이 연결된 세계의 공존을 위한 물리적 필연이다. 증오의 파동을 멈추고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공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것이 무질서를 향한 거대한 흐름에 맞서는 인류 유일의 지성적 저항이다.
박경렬 KAIST 교수